사실 다 보인다. 혹은 보이는 것 같다. “공들여 숨겨 놓은 약점” 따위. 아마도 나의 그런 노력도 상대방에게 빤히 보이겠지. 하지만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먼, 그런 관계가 편하다. 그 거리를 먼저 나서서 좁히기엔 “난 이미 충분히 피곤하고” 먼저 누군가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게으른 이의 철없는 판타지다. 가끔은 “대단한 걸 상상”해보지만 결국은 “적당히 속으면 그만”이라는 체념 혹은 지혜에 다다른다.
<안경>은 아이유가 23살에 엄마의 라식 수술 후 반응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이 작은 에피소드가 어떻게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해석으로 이어지는지 놀랍다(아마도 재능이겠지). 하지만 한편으론 수십년 사회생활에서 내가 느낀 것과 다른 종류의 것일지도 모른다. 그 본래 의도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꽤 오래된 이 노래로 비슷한 생각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아이유 노래의 매력이겠지.
안경
작사/작곡/노래 아이유
CHAT-SHIRE (2015년) 앨범 중에서
웃고 있는 그 표정 너머에
진심까지 꿰뚫어 볼 순 없어요
그저 따라서 웃으면 그만
누군가 힌트를 적어 놨어도
너무 작아서 읽을 수가 없어요
차근차근히 푸는 수밖에
그렇다 해도 안경을 쓰지는 않으려고요
하루 온종일 눈을 뜨면
당장 보이는 것만
보고 살기도 바쁜데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까만 속마음까지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안 그래도 충분히 피곤해
더 작은 글씨까지 읽고 싶지 않아
공들여 감춰놓은 약점을
짓궂게 찾아내고 싶진 않아요
그저 적당히 속으면 그만
무지개 뒤편엔 뭐가 있는지
너무 멀어서 보이지가 않아요
대단한 걸 상상할 수밖에
그렇다 해도 안경을 쓰지는 않으려고요
속고 속이고 그러다 또 믿고
상상을 하고 실망하기도 바쁜데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누구의 흠까지 궁금하지 않아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좀 더 멀리까지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
무거운 안경까지 쓰지 않을 거야
나는 안 그래도 충분히 피곤해
더 각진 안경까지 쓰지 않을 거야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