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게 돈을 버는 방법

© Flickr/Simon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버는 것’이다. 21세기 지구에서 살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니 내가 판 노동력이 너무나 부끄러워 때때로 노동 자체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게 번 돈으로 우리 가족의 웃음과 행복을 살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직장인을 기준으로) 노동력을 판다는 것은 결국 돈을 받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업이 위한 역할이 될수도 있고 때론 특정 개인을 돕거나 단체의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동시에 내 노동을 돈을 주고받는 특정 사업 모델 속에 던지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인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모델 중 상당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반하는 경우가 있다.  

생산자인 농민보다도 더 이윤을 챙기려 드는 중간 도매상, 시장의 사실상 독점 상태를 이용해 소비자를 등치는 전자회사, 그나마 낮은 인건비에 또 기생하는 인력파견업체, 주요 광고주 기업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생산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 소수의 기득권 이해를 대변하는 각종 이익단체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이들 조직에 노동력을 팔고 수행하는 역할은 결국 이러한 사업모델을 돕거나 혹은 직접 전면에 나서 악역을 떠맡는 것이다. 특히 화이트컬러로 일컬어지는 사무직이야 말로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한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나를 포함해) 그들 스스로가 기득권층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노동력을 사주는 조직과 기업의 이해를 옹호하는 것인데 그것이 설사 드러내기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내 노동의 가치관과 내 자신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은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비극이다.  

사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사회인이 됐을 때는 누구나 원칙과 상생을 생각한다. 내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않고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스템과 사실에 대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을 장식한 수많은 편법, 탈법적인 사업모델들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결국 대부분은 그 안에 있고 그것이 결국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경제시스템에서 나의 노동력을 팔 것인가, 팔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 정도다.  

보통 30대 중반 정도에 겪게 되는 바로 이 지점이 곧 ‘현실에 순응하는 때’이거나 혹은 ‘세상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칙보다 이윤, 이상보다 현실을 택해 ‘직업인’의 길을 걸어간다. 가족과 나이는 이 선택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개인은 노동력을 파는 사람에서 노동력을 사는 사람 혹은 그 대리인으로 약간의 신분상승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 성과도 결국은 개인 것이기 보다는 시스템 자체의 것이다. 손가락질 받고 고생한 사람은 죽어 없어지지만 부끄러운 사업모델은 여전히 세상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그 사업모델을 이용해 돈을 번 사람의 자식과 부모, 친구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버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 경제체제의 주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굳지 꼽자면 스스로 부가가치를 담을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되거나 혹은 시간당 표준 가격이 매겨진 육체노동을 제공하는 직종 정도가 아닐까. 전자는 소설가나 예술가, 목공예 등의 창조적인 기능인 정도일텐데 시장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고 소수의 리더가 수익을 대부분 독식하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시장이다. 후자의 경우도 사람값이 형편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저가 노동력 시장에서 임금을 더 끌어내리는 잉여자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 길을 돌아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출발점은 다시 ‘현재의 나’이다. 지난 10여년간 내가 해온 직업인으로의 기술을 활용하되 덜 부끄러울 수 있는 사업모델 혹은 기업에 편입되도록 노력하는 정도다. 그것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또 경력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선택일 것이다. 고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적어도 은행잔고가 (+)로 남아있는 동안을 계속 될 것 같다.

PS. 혹시 먼저 해답을 찾은 분이 있다면 플리즈 헬프미!

1개의 응답

  1. 일 아바타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 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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