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그리고 북한과 삼성의 3대 세습

© Flickr/stephan

사상검증 논란이 뜨겁다.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인지 여부를 가리자는 것인데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는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의심하는지 등을 직접 밝히는 등 형식까지 공공연하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권력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취해야 이른바 ‘사상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  

사상 검증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우려를 사전에 단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도가 불순하고 또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신념 부분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라는 압력이라는 점에서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 특히 한번 검증의 틀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검증해야 할 것들은 계속 늘어나게 되고 논란을 제기한 사람조차 그 틀에 목을 내맡겨야 하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광기의 권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건 이미 문명사회가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그토록 비판적인 견해를 들이대면서도 삼성가의 이병철-이건희-이재용 등 우리사회에서 편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의 세습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대’하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권력의 세습과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부의 세습은 사회를 운영하는 지배적인 힘의 세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북한의 권력세습은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후퇴로 이어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부의 세습은 재벌 3세들의 떡볶기 사업 등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로 서민이 고통받고 있다. 한쪽은 권력을, 한쪽은 돈을 맹목적으로 쫓는 셈이다.  

특히 우리사회의 부의 세습은 정당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삼성과 현대 등 거대 그룹사들이 계열사를 자식 명의로 만든 후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킨 후 그 회사를 통해 전체 그룹을 지배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가의 3대 이재용 씨가 수백조원의 삼성그룹을 상속받으면서 낸 세금은 단 16억원이었다. 이러한 편법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아 이제는 거의 모든 재벌들이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부의 세습을 위해 시장경제 시스템을 일정 부분 파괴하고 또 그들의 입맛에 따라 제도를 바꾸기 위해 시도하는 등 공정하지 못한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북한과 삼성, 두 개의 ‘3대 세습’은 닮은 점이 많다.  

지난해인가 지하철에서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사소한 시비가 붙어 다투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할머니와 10대 소녀의 다툼이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내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할머니에게 머리채를 잡힌 소녀가 울면서 한 말이었다. “아빠, 나 한국이 너무 싫어. 한국이 너무 싫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은 언제나 간극이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아니 최근 들어서는 자주) 비상식적인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2012년의 대한민국은 다 큰 어른인 나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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