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은 솔로를 위한 진혼곡, 미쓰 홍당무

[MOV] 미쓰 홍당무 Crush And Blush
이경미 감독 / 한국 / 2008년

올해 나이 29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의 러시아어 선생은 옛 담임선생님이자 지금은 같은 학교의 체육교사인, 동시에 유부남인(!) 서 선생을 10년째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의 좌충우돌 스펙타클 사랑 쟁취기(!)은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내지만 오히려 이 시점부터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영화는 점점 더 흥미로운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겉은 코미디물로 포장돼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100% 십수년 경력의 사회부적응 혹은 이성부적응자 솔로들을 위한 진혼곡. “음 .. 살도 좀 닿고 그랬나?” 이 어설픈듯 귀여운 대사들에서 이상하게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당신은 아마 꽤 오래 ‘묵은’ 솔로일 것이다. 사실 (영화에서도 그렇듯) 정말 찾아야 할 사람 혹은 필요한 해답은 멀리 있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판타지는 계속돼야 한다. 언제까지나~!
(★★★★☆ / 2008.12.15)

[MOV] 배트맨 다크나이트 The Dark Nigh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미국 / 2008년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사실감이다. 팀버튼표 배트맨이 암울하지만 가상의 동화 속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면 두시간 반동안 ‘쩝~ 쓰읍~’ 조커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크리스토퍼 놀란’표 배트맨이란 이런 것이구나 각인이 된다.

배트맨 슈퍼카의 육중한 무게감 … 특히 슈퍼카가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타이어의 무게감이란! 당장 광폭 타이어 전문 샵으로 달려가고 싶다! … 이나 동서양을 넘나드는 배트맨의 비행을 보고 있노라면 잘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그런데 영화 막판 두 선박의 승객들이 먼저 스위치를 눌러 상대편 배를 폭발시켜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누르지 않는 것은 좀 억지스럽지 않나. 오히려 한쪽에서 눌렀는데 그것이 정작 자기 배에 설치된 폭탄 스위치였다는 설정은 어땠을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 / 2008.8.10)

[MOV]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The Good The Bad The Wired
김지운 감독 / 우리나라 / 2008년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 스타일 하나는 단연 발군. 감독의 전작 <달콤한 인생>도 사실 어려운 잣대 들이대 이리저리 해석을 하는 것보다도 마초적 스타일 하나 만큼은 압권이었던 것처럼 이 작품도 한국 정서를 듬뿍 담아 이 정도의 서부 영화풍으로 소화했다는 것만 으로도 상당한 쾌감을 선사한다.

개봉 당시 막대한 물량 공세로 다소 거품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같이 봤던 후배 녀석은 사람들이 웃는 장면에 저것이 재밌느냐며 연신 반문했다) 과대포장된 마케팅과 그 이상이 있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음악. 특히 정우성이 한손을 로프에 묶은채 다른 한손에 장총을 들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짜릿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그나저나 속편 소식은 아직인가.
(★★★★★ / 2008.7.20)

[ANI] 로보트 태권브이 복원판 Robot Taekwon V
김청기 감독 / 우리나라 / 2007년 / 원판은 1976년!!

어릴 시절 신나기만 했던 로보트 만화의 재발견. 20년도 더 지나 다시본 영화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간성을 갖게 된 기계인간, 인간과 기계의 융합 등 온통 논쟁적 주제로 가득차 있었다. 전세계 다양한 격투기를 체화한 로봇이 서로 대결한다는 발상도 (비록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로 제대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제대로 표현만 했다면) 굉장한 흥행 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 현재 제작 중인 새로운 태권브이는 실사와 CG 합성판으로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중년이 된 훈이의 후일담이라던데 어떤 작품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 2008.12.15)

[그밖의 영화]
[MOV] 지구가 멈추는 날 (스콧 데릭슨 / 허무버전 블록버스터. 1년에 한두편 이런 거 없으면 아쉽지 / ★★☆ / 2008.12.28)
[MOV] 님스 아일랜드 (제니퍼 플랙캣 감독 외 / 요사이 조디 포스터의 선택은 계속 실망스럽다 / ★★ / 2008.12.27)
[MOV] 매드 디텍티브 (두기봉 감독 외 / 스릴러로 방향을 틀고 있는 홍콩영화의 틈새 전략 / ★★★ / 2008.12.26)
[MOV] 예스맨 (패이튼 리드 감독 / 짐캐리의 희망 메시지도 진부해졌다 / ★★ / 2008.12.19)
[MOV] 미인도 (전윤수 감독 / TV 드라마가 없었다면 혹은 차리리 완전 픽션으로 만들었다면 / ★★☆ / 2008.11.18)

[MOV] 화피 (진가상 감독 / 이제는 차라리 기계가 인간 흉내를 내는 것이 더 애절하지 않을까 / ★★★ / 2008.11.15)
[MOV] 데스 레이스 (폴 WS 앤더슨 감독 /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의 3류 B급 문화의 일면. 우리나라 EBS에서 방송하고 있는 로봇파워 만큼이나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세계 / ★★★ / 2008.11.15)
[MOV]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마크 포스터 감독 / 21세기 제임스본드는 분위기나 위트 대신 날몸 액션으로 어필한다 / ★★★★☆ / 2008.11.9)
[TV] 충사 (나가하마 히로시 감독 / 현대적 복식과 오래전 문화가 공존하는 느린 공간. 그 빈틈 사이에 벌레라는 신비한 존재와 인생의 깊은 사색이 가득 들어 있다 / ★★★ / 2008.11.1)
[MOV] 아내가 결혼했다 (정윤수 감독 / 여자들의 로망, 혹은 남자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그 어느 지점 / ★★☆ / 2008.10.23)

[MOV] 이글아이 (D.J 카루소 감독 / 음로론 영화 치고 제대로된 것을 못봤다 / ★★☆ / 2008.10.11)
[MOV] 아이언맨 (존 파브로 감독 / “I’m Iron man” 속편은 없다는 깔끔한 선언 .. 인줄 알았는데 -0- / ★★★ / 2008.9.7)
[ANI] 벼랑 위의 포뇨 (미야자키 하야오 / 다운로드해서 봐서 그런가 구성에 군데군데 빈틈이 -0- / ★★☆ / 2008.8.16)
[MOV] 안드로메다의 위기 (미카엘 살로몬 감독 / ★★★ / 2008.8.14)
[MOV] 플래닛 테러 (로베르토 로드리게스 감독 / 이렇게 유쾌한 사지절단 유혈낭자 좀비영화가 있었던가 / ★★★☆ / 2008.8.14)

[MOV]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오우삼 감독 / 삼국지의 꽃 적벽의 불이 불타오른다 / ★★★☆ / 2008.8.8)
[ANI] 원피스 극장판 : 에피소드 오브 초파 (시미즈 준지 감독 / ★★☆ / 2008.8.2)
[MOV] 핸콕 (피터 버그 감독 / 히어로 무비의 미국식 변주는 계속된다 / ★★★ / 2008.7.27)
[MOV] 스피드 레이서 (워쇼스키 형제 감독 / 스피드 레이서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오마이갓! / ★★ / 2008.7.26)
[ANI] 배트맨 다크 나이트 (아오키 야스히로 감독 외 / 마초적 이미지 가득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 ★★★ / 2008.7.19)

[MOV] 삼국지 : 용의 부활 (이인항 감독 / 삼국지의 세계는 여전히 매력 있다 / ★★ / 2008.6.29)
[MOV] 인디아나존스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외계인은 좀 깬다 -0- / ★★★ / 2008.6.14)
[MOV]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마크 S. 워터스 감독 / 봉인된 비밀의 책은 항상 훔쳐보기 위해 존재한다 / ★★★☆ / 2008.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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