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송의 프리렌
Frieren: Beyond Journey’s End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1기 총 28화
- 원작 글/야마다 카네히토, 그림/아베 츠카사
- 애니메이션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제작사 매드하우스
벌써 두번째 정주행 완료. 작년과 올해 본 모든 작품 중 단연 손꼽을 수 있는 우주명작이다. 그동안 엘프, 드워프 같은 것(?)이 등장하는 이세계, 판타지물은 관심이 없었는데, 이 작품은 예외다. 일단 절대악인 마왕을 죽인 이후부터 시작하는 독특함, 극초반부에 핵심 인물인 힘멜이 죽고 30년이 지나간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기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장송의 프리렌은 왜 매력적일까? 마법이라는 것을 연구해 발전시키는 일종의 학문처럼 다루는 점이 참신하다. 인간의 언어를 쓰면서 심리술에 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감 능력이 없는 마족과, 누구보다 인간 세계에 큰 공헌을 했지만 표현이 서툴러 오해를 받는 엘프족(프리렌)의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뒤늦게 인간이, 힘멜이 궁금해진 프리렌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러면서도 비현실적인 변화가 아니라 한계가 뚜렷한 느릿느릿한 깨달음이라는 점에서 설득이 된다.
장송의 프리렌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조경숙 평론가의 냄비 기름때 지우고 종이비행기 멀리 날게 하는 마법(시사인, 881호, 2024년 8월 8일) 글이 잘 설명한다.
이미 마왕을 물리친 전적이 있는 프리렌은 작중에서 실력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함으로써 성장한다. 타인에 대한 무감각한 시선을 거두고, 다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을 타인과 함께함으로써 의미를 찾는 것. 이것이 바로 프리렌의 성장이다.
우리는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같은 글에서 조 평론가는 “다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 순간 태도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노력이야말로, 이 시대에 절실한 ‘성장 서사’”라고 썼다. 타인을 이해하려 노오력(!)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참고로 애니메이션 장송의 프리렌은 원작을 뛰어 넘은 영상화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만화가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푸슉~ 팡, 으악! 이런 식이라면 애니메이션은 오른쪽막고왼쪽으로돌아쏘고뒤로피한후한발전진해위로올려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만화의 빈틈을 메우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일 하나하나가 아마도 극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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