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맨 Repo Men (미구엘 사포크닉 감독, 2010년) ★★★★
인공장기 기술이 발달한 근미래. 이제 사람들은 심장과 신장, 위, 눈 등은 물론 심지어 성기까지 망가진 장기를 대신해 기계로 만든 인공장기를 달고 생존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결국 사람들은 살기위해 인공장기를 울며 겨자먹기로 할부구매하지만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3달 이상 연체되면 어김없이 인공장기 기업의 회수 전문가(repo men)가 나타나 배를 잘라내고(사람을 죽이고) 이를 회수해 간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살아있는 동안 즐길 수 있는 많은 새로운 유희를 만들어 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대부분 돈많은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일 뿐이다. 영화는 초고가의 인공장기 판매기업과 대금이 연체된 사람을 죽여 회수하는 자극적인 설정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돈 때문에 현존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가격이 맞지 않는다며 신약 판매를 거부하는 제약업체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사람값이다. 이미 세계적인 거부들은 노동력에 값을 매겨 거래하는 자본주의가 극한까지 가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자본주의 3.0’ 등은 모두 이런 개념을 담은 신조어들이다. 사람과 생명에 값을 매겨 거래하는 것은 지난 세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분명하지만 더 좋은 제품, 더 좋은 기술이 쏟아지는 동안 인간의 삶은 그만큼 행복해 진 것일까. 영화의 종반부가 결국 꿈이었고 그것조차 돈으로 샀다는 설정은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2011년) ★★★★
15년만에 걸려온 중학교 동창의 전화. 그는 사업이 완전히 망해 이미 가족까지 살해하고 삶의 끝까지 가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지난 오랜 세월 연락 한번 하지 않은 중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만난다. 그날 전교생 앞에서 자살한 친구에 대한 밝혀지지 않았던 뒷이야기가 드러난다.
영화는 학교내 일진과 폭력, 우리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난무하는 욕설과 추행, 삶을 이어가기 위해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웃음을 팔아야 하는 부모세대. 흥미로운 것은 교내 일진이 이른바 ‘양아치’인 노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집도 부자이면서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교사라는 권력까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들 내부의 서열에 대해서는 너무나 비굴하면서 그 내부를 벗어난 다른 학생들에겐 집요할 만큼 가혹하다.
첫장면부터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주로 학교 안에서의 권력관계를 보여주지만 그것은 실상 어른이 돼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결국 사업에 실패한 주인공은 15년전 친구가 (자의든 타의든) 공개자살을 통해 세상에 저항하려 했던 것처럼 15년이 흐른 후에도 결국 그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사는 오늘이 그 당시와 바뀐 것이 없다고 절규한다. 권력과 돈이 숭상되는 자본주의의 최종 진화된 사회속 우리의 모습은 결국 자신의 것도 아닌 살을 찌우는 것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돼지의 모습이라는 경고다. 영화 크레딧에 올라와있는 투자와 배급을 맡은 대기업의 이름은 그래서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개선에 대한 희망? 그보다는 이 정도는 충분히 콘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 쪽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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