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해지는 것도, 노련해지는 것도 아닌

정말 오랜 만에 레고를 잡았다. 같은 제품을 조립한 유튜브를 보면 대여섯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하루에 몰아서 하기에는 조금 힘들었고 며칠 걸렸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렇게 정교하게 표현하다니! 감탄하면서도 그 정교함에 집중력이 자꾸 떨어졌고, 힘을 꾹꾹 주다 보니 손도 얼얼했다. 압권은 역시 부상(?)이었다. 레고를 만들면서 절대 다칠리 없는 이두근이다. 제품 포장 상자에 베인 건데 꽤 심했는지 며칠째 딱지가 그대로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든다고 점점 노련해지는 것이 아니다. 레고를 만드는 게 처음도 아닌데 이런 사단이 난다. 몸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더 현명해지고 더 여유가 생기면 좋으련만, 작디 작은 것에 분노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반복된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 개인이 쌓는 경험 정도로는 현명해지기 어림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가진 게 늘어나면서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 모두의 잘못된 상승 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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