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theEnd] 2024년 11~12월

*2theEnd to the end 끝까지 본 작품들에 대한 짧은 기록

스턴트맨

  • 감독 데이비드 리치,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에밀리 블런트 등
  • 으하하하, 사랑의 판타지가 있다면 딱! 이런 거지. 의심하고 실망하고 혼자만의 상상이 극한으로 치닫지만, 결국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고 해피엔딩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말이 좀 안 되면 어때, 액션이 좀 어설퍼 보이면 어때,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 같은 거 뭐 어때! 크하하하!!

자살에 관한 모든 것

  • 글 마르탱 모네티스, 번역 한명희, 새움 출판
  • 자살했다, 자살했다, 자살했다, 자살했다, 자살했다, 의 무한 반복. 자살에 대한 온갖 다양한 시선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책에 담긴 것은 동서고금 무수히 많은 자살 사례와 중간중간 끔찍한 사진뿐이다. 신뢰성도 의심스럽다. 자살의 배경을 멋대로 생략해 버린 곳이 많고, 우리나라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의아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국가에 대해, 분석은 고사하고 언급조차 없는데 이게 무슨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이냐고.

미래의 우리는

  • 감독 빠윈 푸리찟빤야, 총 4편, 넷플릭스 시리즈
  • 만듦새가 좋다. 인간 복제, 섹스 로봇, 미래의 종교, 기후 위기 등 소재 선정이나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이 꽤 설득력 있다.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종교 이야기를 다룬 <붓다 데이터>. IT와 AI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가운데 종교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 마지막 에피소드 <문어 소녀>도 기후 위기가 결국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임을 보여준다. 아역 배우 연기가 무시무시하다 매우 잘한다는 의미다. 단, 대부분 에피소드에서 마무리가 아쉽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힘이 뚝뚝 떨어진다. 처음부터 정답이 없는 주제긴 하지만, 사실상 열린 결말은 그냥 마무리 짓지 않겠다(못하겠다)는 것과 같다.

여행의 이유

  • 글 김영하, 복복서가 출판
  • 에세이처럼 짦은 분량의 글은 불친절하거나 모호해지기 쉽다. 전체 글을 관통하는 묵직한 심지를 중앙에 놓고 글을 전개하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면 이 어려운 걸 해내는 것은 결국 퇴고의 퇴고, 또 퇴고가 아닌가 싶다. 작가의 작업 방식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행이라는 핵심 주제를 가운데 놓고 중간중간 반짝반짝 빛나는 표현을 세심하게 배치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같은 사람도 손쉽게 공감이 된다. “그토록 길고 고통스러웠던 여행의 목적은 고작 자기 자신으로 돌오기 위한 것이었다”, “여행이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려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이 문장들이 좋다.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아워

  • 안종호 감독, 아이유 주연(?)
  • 최근 권진아 연말 콘서트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콘서트라는 것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 외에 가수와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이벤트 의미가 큰 것 같다. 머리 속 이미지만으로 존재하던 가수가 우리 주변의 실제 인물로 구체화된다. 꼭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가수의 일상이나 요즘 고민 같은 들을 수 있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공감대가 없는 초보(?) 팬은 왜? 굳이? 라는 의문이 올라온다.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 고우영 저, 문학동네 출판
  • 2020년대를 사는 지금엔 위험할 수도 있는 개그와 묘사가 곳곳에 폭탄처럼 박혀 있지만, 삼국지 스토리에 입문하기에 나쁘지 않다. 생각해보면 결국 유비, 장비, 관우 삼총사의 전성기는 천하삼분까지였다. 그마저도 관우는 저 멀리 국경의 요충지를 지키느라 말년에는 삼형제가 거의 만나지도 못했다. 삼국지 소설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전체 분량의 절반, 아니 2/3가량 진행될 때까지도 유비 3형제의 신세가 참 처량하다. 그 험난한 시절을 버텨내고 아주 잠시 반짝 빛난 후에 차례차례 사라져간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저, 창비 출판
  • 빨지산 출신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에 찾아온 주변 인물을 통해 아버지의 인생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다. 직설적인 문체가 꽤 인상적이다. 그런데, 정말 죽음은 이런 소통과 이해, 화해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죽음이 곧 판돈이 되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가운데, 그 정 반대 지점에 이 작품이 있다. 솔직히 회의적인 쪽에 더 가깝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 혹은 장례식 과정 자체를 공감, 통합의 사건으로 보는 것도 다소 고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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