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theEnd] 2024년 9월

*2theEnd to the end 끝까지 ‘보기는’ 한 작품들에 대한 짧은 기록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소설, 창비 출판, 2019년
  • 굉.장.히. 적나라하다. 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삶의 날 기록 같은 느낌이랄까. 묘사가 상세하면서도 빠른 속도감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공감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정말 이렇게 막(?) 살아도 되나 싶은 느낌. 놀랍게도 이 작품이 영화화됐다. 의외로 김고은이 출연한다. 상업 영화에서 원작의 약간의 방관자적 건조한 동거인 관계를 그대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여성적 혹은 청년적 연대로 풀어내는 것 정도 되지 않을까? 최신 소식에 따르면 역시 영화속에서 다루는 내용은 딱 1부까지만이라고다 한다. 그러면 이해가 되지.

날씨와 얼굴

  • 이슬아 컬럼집, 위고 출판, 2023년
  • 경향신문에 기고했던 컬럼을 책으로 묶었다. 동물권과 비건, 기후변화, 패미니즘을 주로 다뤘다. 속도감과 발칙함으로 읽는 맛이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올 여름은 특히 덥고 습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많은 사람이 실제 체감할 만큼 직면한 문제다.

무도실무관

  • 김주환 감독, 넷플릭스 영화, 2024년
  • 이 감독은 뭔가 인간성의 끝을 건드리는 것이 있는데, 장점보다는 단점이다. 전작 <사냥개들>에서 1회 어머니 가게를 찾아 온 사채업자와 폭력배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이 깡패를 두드리는 장면을 위한 빌드업이고, 액션 씬에서 심장이 심하게(!) 두근두근했던 것은 분명한데, 그 전에 사채업자가 주인공 어머니를 잔인하게 다루는 장면은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끔찍했다. 결국 중도 하차했다. 이런 불편함이 이 영화에도 있다. 이번에는 아동 성폭행이다. 영화적 장치라고 하기엔 너무 나간 느낌이다. <악마를 보았다>가 일종의 잔혹 동화 같은 느낌으로 패륜성을 상쇄하면서 복수극 느낌을 잘(?) 살렸다면, 이 감독의 영화는 인간성의 바닥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후 악을 심판하는 방식이다. 뒷맛이 좋지 않다. 김우빈 역시 영화 <스물> 같은 가벼운 이미지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갉아먹고 있다.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소설, 허블 출판, 2020년
  • 인간 기수 대신 더 가벼운 로봇 기수로 대체된 미래 세상의 이야기. SF 장르이긴 하지만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설정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가족, 우정 같은 전통적인 가치에 더 집중한다. 전 우주적 스케일의 SF 대서사시도 결국 부자 간의 비극적 운명, 권력 싸움, 복수 같은 것이니, 뭐. 기승전결이 탄탄한 느낌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등장 인물의 성별이 모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민주가 남자였어?, 나중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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