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theEnd] 2025년 12월
2026-01-02
2theEnd to the end, 끝까지 본 작품에 대한 짧은 기록

- 황벼리 글/그림, 한겨레출판
- 실종된 영화관 직원을 쫓는 미스터리로 시작한다. 이야기 속 이야기 구성이 많아서 처음엔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등장 인물도 불친절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크고 작은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다. 결국 이 세상을 살면서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반짝반짝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주옥 같은 대사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그 대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묘하게 중독적이다. 어느 순간 감탄이 튀어나온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이 일이 내게 맞는 걸까, 여기가 정말 내 자리일까, 누구나 품고 있는 이런 고민을 일상 속에서 절묘하게 잡아냈다. 너무 긍정적이지도 너무 비관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훈계하지 않는다. ‘옅어졌다’는 대사나 말이 있는 마당집 등 아리송한 설정이 몇 가지 있지만, 이런 설명되지 않은 여백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 단,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이라는 제목이 정말 최선이었는 지는 의문이다.
-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 니노미야 토모코 원작, 우에노 주리 등 출연
- 20년전 드라마라는 것을 고려해도, 치아키가 벙쪄할 때 눈을 뒤집고 엥~하는 표정이나 슈트레제만의 금발 가발 등 발연기에 분장까지 너무 성의가 없다. 원작 만화에 대한 팬심으로 콩깍지 씌운 눈으로 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이 안 된다. 그럼에도 귀여운 컴퓨터 그래픽을 꽤 영리하게 사용했고, 무엇보다 원작의 힘으로 쭉쭉~ 밀고 나간다. 1편만 보고 ‘이게 뭐야!’ 어이 없어 하다가 어느새 마지막 편을 보는 내 모습이 황당하다. 무엇보다 피아노를 취미로 갖고 있다면, 피아노 연습이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이 작품 만한 특효약이 없다. <피아노의 숲> 정도의 강력한 자극제다. 하지만 솔직히 이 드라마를 챙겨 보라고 추천 하기는 힘들다.

전쟁 이후의 세계 : 다원 패권 시대, 한국의 선택 👍
- 박노자 글, 한겨레출판
- 사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낯설고 먼 나라다. 그들의 전쟁도 마찬가지여서, 인도적인 해석 외에 다른 렌즈로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 책은 두 나라의 역사와 이번 전쟁의 배경을 쉽게 풀어 준다. 특히 러시아와 러시아 사람들의 정부와 유럽에 대한 정서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사실이다. 즉, 남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정세의 변화가 한국에 사는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들려준다. 구소련 출신에 한국으로 귀화했고 지금은 노르웨이 대학 교수인 사람이 어떻게 우리 사회와 정서를 이렇게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놀랍다. 향후 세계 정세에 대한 전망도 통찰이 있다. 그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세계는 점점 더 노골적인 힘의 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 표지는 좀더 공들였으면 어땠을까. 훌륭한 내용에 비하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