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theEnd] 2025년 5~6월

2025-07-01

2theEnd to the end, 끝까지 본 작품에 대한 짧은 기록

오! 한강

  •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가디언 출판
  • 일제식민 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주요 사건 따라가는 2대에 걸친 이야기다. 익숙한 이 야기여서 그런지, 이상하게 이야기의 밀도가 그리 높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서도 상편은 너무 자극적이고 하편은 너무 관념적이어서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이, 돈을 잘 굴리는 부인 덕에 생계 걱정을 안 하면서 결국 무미건조한 리얼리즘 화풍을 갖게 된다는 전개는 아쉽다. 이념도 정치도 모두 부질없어,라니. 이 얼마나 게으르고 무성의한 전개인가.

늙어감의 기술

  • 마크 E. 윌리엄스, 김성훈 옮김, 현암사
  • 과학이 알려주는 나이 드는 것의 비밀이라고 홍보하는 책이다. 그런데 사실 의학서적, 과학서적은 읽으면 읽을수록 의외로 무기력해지는 지점이 있다. 거의 모든 흥미로운 논점에서, 다양하고 상반된 해석이 존재하므로 결과적으로 확실한 것은 없다,가 결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명이 의외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동어반복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노화도 마찬가지다. 제목과 달리 눈에 확~ 띄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라거나, 머리를 빵 때리는 감정적인 해석의 전복 같은 것은 없다.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노화를 정면으로 바라보자는 잔잔한 메시지에 약간의 공감 혹은 위로를 주는 정도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 이민수 연출,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 등 출연
  •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인데다 산부인과로 영역이 한정되다 보니 아무래도 스케일이 작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부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들도 직업인일 뿐이고 아는 것도, 경험도 사람마다 병원마다 한계가 있다는 것도 그렇다. 막연하게 공부 많이 했겠지,가 아니라 그만큼 공부하고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게 많은 사람들이구나,라고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반면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진의 까메오 출연은 오히려 극의 흐름을 뚝뚝 끊는다. 한편 강유석은 <폭싹 속았수다>보다, 고윤정은 <환혼>보다 훨씬 연기가 자연스럽다. 캐릭터를 잘 해석해서 내 것처럼 표현하면서 캐릭터를 잘 살렸다.

헬퍼 (시즌1) 👍

  • 삭 글/그림, 네이버 웹툰
  • 독특한 설정과 그림체가 처음엔 적응하기 쉽지 않다. 감정 과잉, 중2병 같은 캐릭터는 약간 거부감 같은 것도 든다.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는 데 성공하면 금세 매력이 상당한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거친 녀석들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욕을 최소한만 그것도 비틀어서 사용하는 센스(?)가 인상적이고, 가끔은 멋진 대사로 한방을 날리기도 한다(예를 들면 “죽음은 늘 산 사람의 몫이다” 같은 것).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중반부 이후다.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는데 결국 이 작품 속 세계관 전체가 온갖 동서양 신화와 동화의 대짬뽕이라는 것이 서서히 밝혀진다. 푸하하~

혼모노

  • 성해나 작가, 창비
  • 단편 작품 모음집인데 대부분에서 약간 극단적인 상황인데다 감정과 느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여러 단편 중 제목과 같은 <혼모노>가 특히 그렇다. 순수하게 인간으로서의 절박함과 건방진 귀신의 신기가 충돌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찐~득하게 풀어낸다. 그외 대부분 작품은 <혼모노>와 결이 좀 다르다. 현실에서 여러 가치관이 충돌했을 때, 혹은 현실 자체와 가치관이 충돌했을 때의 아이러니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완결성 있는 카타르시스보다는 찰라의 감각을 묘사하는 데 더 방점을 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