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 a clue a day, 하루에 하나씩 흥미로운 생각꺼리
‘환자’ 게이머는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이상원 기자, 시사인 882호, 2024/8/13
주요 내용
-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새로운 질병 코드를 만들어 국제빌병분류 11판(ICD-11)에 게재
- ICD-11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주요 증상은, ▲ 게임 통제 기능 저하 ▲ 일상의 다른 흥미나 활동보다 게임 우선시 ▲ 악영향이 발생해도 게임 이용을 지속하거나 늘리고,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킴
- WHO의 ICD-11 세부 지침서가 규정한 게임이용장애가 아닌 사례들
- 하루 10시간씩 10년간 게임을 해도 일상에 별 문제가 없다면 게임이용장애 아님
- 반복적/지속적 게임만으로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해선 안 됨
- 게임 기술 및 숙련도 개발을 위해 장시간 게임을 하는 것은 질병이 아님
- 매일 PC방에서 게임하느라 성적이 떨어졌지만 게임의 목적이 친구와 사귀기 등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이라면 이는 게임이용장애의 근거가 되지 못함
- 한편 우리나라 통계청은 5년 주기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ICD 개정사항을 반영해 왔는데, 새로운 초안인 KCD 10판을 내년 10월에 내놓을 예정.
- KCD 10판 발표를 앞두고 게임업계, 국회, 정부의 움직임 분주
- 게임업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 하지만 WHO를 상대로 한 이런 비판은 근거가 없음. 업계가 초빙한 해외 학자도 이미 오랜 논의를 거쳐 ICD-11이 나온 만큼 소수설에 불과함. 게임업계는 “과학적 근거”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자 ‘산업 위축’으로 방향을 전환.
- 국회는 통계법 개정으로 대응하는 중. 강유정 민주당 의원실이 추진중이며, ICD를 ‘기준으로’ KCD를 작성한다는 현행법을, ICD를 ‘참고하여’로 바꾸는 것이 핵심. 문체부도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입장.
- 게임업계는 “게임은 문화다. 마약이 아니며 게임중독은 없다. 다른 질병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주장하지만 게임의 중독성이 의도됐다는 지적이 있음. 접속할 때마다 보상을 주고 정기적으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며 사행성 높은 확률형 아이템 등 여러 가지 게임 시스템이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중독성을 의도하고 개발됐다는 것이 <이노코미스트> 기사의 주요 내용
- 또한, 통계청이 KCD에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를 등재하지 않는다고 게임이용장애라는 증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 오히려 질병으로 등재해 보건 시스템 내에서 현황을 조사하고 폐해를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될 수 있음
패키지 게임의 시대는 그나마 순진했던 시절이었다. 온라인 게임이 주류, 혹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게임이 되면서 가능한 한 더 많은 사용자를 더 오래 게임 속에 잡아 둬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 설사 게임의 오락적 효용을 인정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더 오래 게임하게 만들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은 더 중독적인 시스템에 대한 유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주요 게임사는 기업 하나가 분기 별로 조 단위 매출을 낸다. 기사에서 언급한 <이코노미스트> 보도처럼 이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온갖 전문가를 비싼 값에 고용해 더 중독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유혹이다. 그렇다면, 게임 과금 체계, 게임 플레이 시스템의 문제, 게임 중독의 현황, 중독 치료 등의 이슈를 더 양지로 끌어 올리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을까? 게임업계가 말하는 “게임중독은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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