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 재현의 윤리

*ACAD a clue a day, 하루에 하나씩 흥미로운 생각꺼리


내 말과 삶이 타인의 소설에 쓰였다면

임지영 기자, 시사인, 2024.7.16

주요 내용

  • 정지돈 작가의 신작 <브레이브 뉴 휴먼>을 놓고 소설 속 인물에 대한 논란
  • 유튜버 김현지 씨 “소설 속 권정현지의 이야기가 그와 사귀는 동안 내가 말한 이야기이며 내 가족사가 등장한다”고 주장. 정 작가는 “김현지 씨의 삶을 쓰지 않았으며, 인공적인 존재인 권정현지에게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특성을 부여했을 뿐”라고 반박
  • 2020년 김봉곤 작가의 작품을 놓고도 비슷한 논란. 결국 이는 재현의 윤리 문제로 이어짐
  • 문학평론가 A “체험한 일에 대해 쓰지 않는 산문가는 없다. 경험이 반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재현의 감각이나 윤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문학평론가 B “허구인지 실제인지 혼돈스럽게 하는 게 정지돈의 스타일이다. 실험적이고 독특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런) 형식이 가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덜 민감했던 것 같다” / 사회문제를 다루는 정진영 작가는 <젠가> 집필 당시 법원 판례를 뼈대로 씀. 그는 “소설은 한번 세상 밖으로 나가면 거둬들이기 어렵다. 소설로 다뤄진 누군가의 사생활이 상대방을 특정할 만큼 구체적이라면 작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
  • 창작(재현)의 윤리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점은 SNS를 통한 공론화와 사과, 판매 금지 등 빠른 대처. 2010년대 중반 SNS를 통한 문단 내 미투 고발 이후 ‘정치적 올바름’이 새로운 문학성으로 자리 잡았음. 최근에는 어떤 자료를 참고했을 때 각주로 처리하면서 정황을 기록하는 문화도 정착되는 중
  • 김현지 씨는 “정지돈 씨도 저도 공론장에 서 있고 각자의 입장을 밝히며 창작 윤리와 사생활 도용의 충돌, 차용 인물에 관한 재현 윤리, 아카이브 작업의 링크 실패 등에 관한 이야기의 땔감이 될 각오를 마쳤다”고 말해

재현의 윤리. 타인이 포함된 경험을 나의 창작물 속에 어떤 수준까지 차용할 수 있을까, 경험 속 타자에게 미리 허락을 구해야 할까, 라는 흥미로운 주제다. 기사는 주로 책을 다뤘지만, 영상, 그림, 음악도 모두 마찬가지 딜레마가 있다.

기사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브레이브 뉴 휴먼>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움직임이다. 황색 논쟁으로 흐르기 쉬운 주제임에도 감정을 쏙 뺀 채 생산적인 논의를 제대로 해 보자고 관련 업계에 제안한다(그렇게 읽히도록 기사를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구체적인 기준이 만들어 지겠지만, 일단은 정진영 작가의 코멘트가 명확한 출발점인 것 같다. 누군가를 일부러 연상시켜 디스하기 위한 저격 글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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